기록/독서록2016. 12. 10. 07:37







오랜만에 읽고 여운이 남는 소설을 찾았다. 



나는 심경이 복잡할 때 소설을 읽는다. 가볍게 머리를 식히기 좋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 좋은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고민이 해결되기라도 한 것처럼,

살기 쉽고 행복한듯 쓰여진 소설들은 머리 속 고민들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곤 했다.



이 소설도 별 뜻 없이 추천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당황했다. 이건 콧노래 부르며 읽히는 소설이 아니었던 탓이다.

다음 날 할 일이 많은데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밤을 새가며 결국 삼일 내내 읽었다. 






분명 배경은 판타지인데 현실적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거대 흑막이 아닌 이상, 악이나 손해는 발생하자마자 처단하는 통속 소설의 공식은 이곳에 없었다.

요즘 한창 유행한다는 회귀 설정도 없다. '사실은 나도 차원을 넘어온 한국의 여고생' 같은 민망한 대리만족성 설정도 없다.


다만 그 자리에 작가가 천천히 오랫동안 고찰하고 풀어놓은 듯한 현실적인 세계관과 인물형이 있다.

분명 배경은 판타지인데 현실적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아원은 아이들의 이름을 꽃의 이름으로 지어주곤 했다.

비록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예쁘게 사랑받으며 살라는 뜻이었을 지도 모른다. 

소설 속 꽃의 거리 또한 여인들의 이름을 꽃의 이름으로 지어준다. 

주인공은 꽃의 거리에서 출생한 것이 아니지만, 딸을 사랑한 아버지의 마음은 아이의 눈을 닮은 예쁜 꽃에서 이름을 찾는다.

꽃이란, 지금은 천대받을 지라도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의 표상인 셈이다.






인간의 추악함은 여러가지로 드러난다. 주인공은 개인이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의지들에 떠밀려 표류하는 인생을 겪어야 했다.

그것이 인간이든 신이든, 그 의지에 역행할 가망도 없고 삶의 의지마저 난도질 당하는 모습은

기이하게도 우리네 현실과 닮았다.


그러니 이런 주인공에 대한 비현실적인 선과 호의가 온갖 클리셰로 범벅이 되면 읽기는 편할 지라도 몰입은 어려울 것이다. 

비관적인 삶 속에서 자신을, 나아가 자신을 사랑해서 선택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한 절대자에 대한 저주는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스포가 될 지 몰라 자세히 쓸 순 없지만, 주인공 외 인물들 또한 처지가 다르지 않다.

심지어 왕이나 교황 마저도. 그 와중에 홀로 역행하는 체자레의 행보는 모순된 듯하면서도 가장 인간적이다.
 









작가가 고민하고 수없이 다듬은 티가 나는 단단한 글





글은 흐트러짐 없이 탄탄하게 완결까지 이어지며, 특히 상황묘사는 웹소설 작가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당한 수준이다. 

인물들의 개성도 다채로우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으스러지고 빛이 나는 모습 또한 역동적이다.


특히 독자들 감상평에서 말룸1,2,3으로 통칭되던 악역들에 대한 서술이 압권이다. 

특히 말룸3은 뭐라해야 할 지.

이 캐릭터 하나에 들어있는 인간적 고뇌나 처절한 내적 갈등은 인물 하나 분량에 과분할 정도였다.




로맨스 또한 기대해도 좋다.

내가 읽는 동안에는 남자 주인공이 누구인가 유추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기에, 

다른 분들도 그러길 바라며 여기다 적지는 않겠다. (사실 표지 보면 누군지 빠르게 알 수 있기는 하다 ㅠ)

이 소설의 로맨스는 시련이 많기에 더 달게 다가오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로맨스가 플롯에 자연스럽게 엉겨들며 결말로 이어지는 마지막 장은 이 작품 최고의 장면임에 틀림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당황한 소설이지만, 오랜만에 잘 쓰여진 글을 읽어 참 좋았다. 

공주님의 권선징악을 목표로 빠르게 써내려간 글이 아니라, 작가가 고민하고 수없이 다듬은 티가 나는 단단한 글이라 더욱.

슬프고 추악한 현실을 대강 덮지 않아 켑사이신 잔뜩 넣은 마약떡볶이 같으면서도,

파인 다이닝 테이블에서 잘 차려진 음식들을 마주하는 것 같은 역설적인 글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고로,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일독 권하고 싶다. 연재는 카카오페이지에서 하고 있고 종이책 출간도 되어있다.


다 읽고 뭔가 허전한 사람들은 작가 블로그와 새벽의깃펜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면 좋을 듯하다.

비공식 외전이 올라와 있다. 작가 블로그엔 추천 bgm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람 



작가 블로그(성혜림) : http://blog.naver.com/tnsdl2387

새벽의깃펜 : http://quilldawn.com/



Posted by 아루야
바느질/피드색2016. 8. 22. 14:44



* 피드색 헥사곤 파우치 *






피드색 헥사곤이 많이 남아서 붙여 봤다

어두운 색은 따로 모아 빼고, 밝은 색만~







크기는 휴대폰과 차키가 들어갈 정도다.

운전해서 마트 갔는데, 차키를 맨손에 쥐고 장보기는 불안해서 ㅠ




뒷면은 노른자색 유와 린넨

맘에 드는데 요샌 파는 곳이 없는듯... ㅠ





안감은 무지




10센티 지퍼가 저것 밖에 안 보여서 썼는데... 통통하다...



저긴 차키를 넣고 잠가버려야지






Posted by 아루야
바느질/피드색2016. 8. 21. 11:52
M모 사이트에서 여성용품 퀼트 패키지를 하나 구입했었는데,


직접 만들어 써보니 내 생활 패턴에는 아쉬운 점이 많아서 새로 하나 만들어 봤다.

원본 패키지에서는 단추랑 끈 다는 부분을 참고했다.


역시나 파일에 모아둔 피드색 자투리에서 조각들 꺼내다가~

난 원단을 통으로 잘라 쓰는 게 좋지만..

자투리들을 그냥 두면 영원히 잊을 것 같아서, 되도록 찾아 쓰려고 한다.



앞 모습

대형 생리대도 들어가게 사이즈를 맞춰 만들었다.





여긴 뒷면

사이즈 맞는 것들 잡히는 대로 붙혀서 패치하고..

앤틱 이니셜 라벨도 달아 봤다.

이건 처음 달아봤는데 마음에 든다. 라벨을 어디서 좀 사둬야 하나 ~



모서리는 둥글게..

접으면 이런 느낌




그냥 자투리로 있는 것 보다

이렇게 패치해서 뭐라도 만들어 두니
훨씬 정갈하고 예쁘다.




열어두면 이런 모양이다.


주머니 쪽은 여성용품이나 물티슈, 파우더 팩트 같은 걸 챙겨 넣고

지퍼가 있는 쪽은 립스틱, 기름종이, 작은 거울이나 탐폰 같은 걸 기호에 따라 넣으면 될 것 같다.



난 주머니 둘 다 오픈형인 게 불편해서  한 쪽은 지퍼를 달아 주었는데,

이렇게 쓰니 훨씬 실용적이고 좋다.





열면 이런 느낌

10cm ykk지퍼라 잘 열리고 실용적이다.



반대쪽은 이런 느낌







여름이니 이런 시원한 느낌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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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루야